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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엔필드 뷸릿 500
날 것 그대로의 모터사이클
이찬환 기자    입력 2021-02-23 17:06:16    수정 2021-02-23 17:06:16
TAG : 로얄엔필드, 뷸릿500, 단기통, 빅싱글, 클래식, 모터사이클, since1901


로얄엔필드는 1901년부터 시작된 유구한 전통의 모터사이클 브랜드다. 그리고 ‘뷸릿(Bullet)’ 시리즈는 로얄엔필드의 긴 역사를 대표하는 최장수 모델로 손꼽힌다. 로얄엔필드는 1932년에 최초의 뷸릿을 생산했으며 1949년에는 현재와 유사한 레이아웃을 갖춘 뷸릿 시리즈를 출시했다. 이후 뷸릿은 2007년에 인젝션 시스템을 갖춘 UCE(Unit Construction Engine)를 개발 및 탑재했고 이후 개선과 발전을 거듭하며 2020년까지 라인업을 이어왔다.



로얄엔필드는 UCE 346cc, 499cc 두 가지 배기량의 엔진과 히말라얀에 장착한 411cc 엔진을 활용해 단기통 라인업을 꾸려왔다. 그러나 지난 2020년 UCE 두 가지 엔진의 단종 소식을 전했고, 뉴모델인 ‘메테오 350’을 통해 새롭게 개발한 349cc 단기통 엔진을 공개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인해 어쩌면 마지막 뷸릿 일지도 모르는, 현행 모델을 시승해보기로 했다.



말 그대로 정통 클래식
뷸릿 500은 외관에서부터 옛 것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현대의 기술력으로 과거의 분위기를 재현한 최신 모터사이클과는 다른, 말 그대로 정통 클래식이다. 차체 구성은 심플하다. 불필요한 부분은 최대한 덜어내고 모터사이클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요소만 갖췄다. 계기반도 속도계, 주유 경고등, 적산 거리 등 필수적인 정보만을 표시한다. 흥미로운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디자인의 완성도가 높다는 것이다.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엔진의 조형미다. 빅 싱글 엔진임을 드러내는 대형 실린더를 수직으로 배치해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공랭식 엔진의 냉각핀은 엔진열을 대기로 방출하는 면적을 넓히는 기능적인 부분과 동시에 미적인 관점에서도 만족스럽다. 폴리싱 처리한 크랭크 케이스는 소재와 디자인을 통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일조한다. 시동을 걸기 전부터 기대감을 한껏 증폭시키는 요소다.





이 밖에도 훤히 드러낸 스틸 프레임, 웜톤(warm tone)의 할로겐 헤드라이트, 유선형의 연료 탱크와 펜더 디자인, 투박하면서도 존재감이 확실한 머플러와 시트, 리어 쇽업소버를 포함한 크롬 장식 등 뷸릿 500을 구성하는 각 요소들은 제각각 멋스럽다. 특히 연료 탱크의 형상을 따라 장인의 붓질로 완성한 더블 핀 스트라이프 페인팅과 앰블럼은 긴 역사에 걸친 뷸렛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담아내고 있다.





빅싱글 엔진의 묵직함
시동을 걸면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전해지는 찌릿찌릿한 고동과 함께 ‘동 동 동 동’하는 일정하고 정직한 배기음이 울린다. 빅 싱글 엔진에서 느낄 수 있는 묵직한 고동감이다. 딱 기분 좋을 만큼의 진동이 추위에 움츠러든 온몸에 퍼지면서 어느새 긴장이 풀어진다. 핸들 그립에 두 손을 올리면 500ml 우유팩 하나 크기와 같은 피스톤의 움직임이 보다 선명하게 느껴진다.





기어를 1단에 넣고 출발하면 이내 넉넉한 토크가 차체를 밀어내기 시작한다. 뷸릿 500은 499cc 배기량의 공랭식 엔진에 5단 변속기를 체결했다. 최고 출력은 5,100rpm에서 26마력, 최대 토크는 3,800rpm에서 4.2kg*m를 발휘한다. 하지만 배기량, 마력, 토크 등의 수치는 잠시 접어둬도 좋다. 그보다는 한방, 한방 신중하게 폭발하는 엔진의 움직임에 집중하는 편이 뷸릿 500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뷸릿 500은 두터운 토크를 기반으로 고단, 저회전 영역에서 주행할 때 툴툴대며 뿜어내는 고동감과 ‘텅! 텅! 텅!’거리는 순정 배기음이 매력적이다. 엔진의 회전수가 높아짐에 따라 온몸이 저릿저릿 해지는 강한 진동을 생성해내기 때문이다. 한 박자 빠른 시프트 업을 통해 낮은 회전수를 유지하며 진동을 걸러주는 것으로 편안한 크루징을 즐길 수 있다. 회전수를 끌어올려 타이트하게 변속하는 주행법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보다는 느긋한 마음으로 여유를 즐기는 주행이 적합하다.



낮은 무게중심, 편안한 승차감
뷸릿 500의 시트고는 825mm로 다소 높은 편에 속한다. 여기에 시트의 두툼한 형상도 한몫을 한다. 신장 176cm의 라이더가 착석하면 양 발의 뒤꿈치가 완전히 닿지 않는다. 무게 또한 200kg에 가까워 출력 대비 가볍다고 보기 힘들다. 하지만 막상 주행을 시작하면 시트고와 중량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무게 중심이 차체 하단에 응축돼있어 주행 질감이 가볍고 경쾌하게 다가온다.



두툼한 시트는 착좌감이 푹신하며 엉덩이로 전달되는 진동을 조금이나마 상쇄시켜준다. 프론트에 19인치, 리어에 18인치를 장착한 와이어 스포크 휠과 130mm 트래블의 텔레스코픽 포크, 그리고 80mm 트래블을 확보한 피기백 타입의 듀얼 쇽업소버 등도 원활한 승차감을 지원한다. 리어의 듀얼 쇽업소버는 5단계의 프리로드 조절도 가능하다. 이 같은 구성을 기반으로 뷸릿 500은 장거리 주행도 소화할 수 있는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하지만 주행 전반에 걸쳐 프론트의 접지력이 다소 부족하게 느껴진 점은 다소 아쉬웠다.



제동력은 일상 영역대의 속도에서 부족함 없는 성능을 발휘한다. 듀얼 채널 ABS까지 탑재해 안전한 제동 성능도 확보했다. 다만 실용 영역을 넘어선 속도에서는 한계가 분명하다. 애초에 뷸릿 500의 특성 자체가 스포츠 주행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한 박자 빠른 변속으로 탑 기어를 물려 80~90km 사이를 느긋하게 크루징 하기에 적합한 기종이며, 이때 가장 재미있고 편안한 주행 특성을 보여준다. 느긋함을 잃는 순간, 뷸릿 500에서 편안하게 느껴졌던 모든 것들은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





영국 태생인 로얄엔필드는 1960년대 재정난을 극복하지 못해 문을 닫았고, 1949년부터 관계를 맺어온 인도 지사의 꾸준한 성장을 발판 삼아 근래에 다시 부활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당시 로얄엔필드가 인도에 지사까지 설립하게 된 계기는 바로 인도 국경수비대에서 사용할 뷸릿을 납품하면서부터 이어진 것이다. 이후 로얄엔필드의 인도 지사는 뷸릿을 통해 내수 시장은 물론 유럽 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두며 성장할 수 있었다. 정리하자면 꺼져가던 로얄엔필드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은, 다름 아닌 인도에서 명맥을 이어가던 뷸릿 시리즈였던 것이다.





로얄엔필드 브랜드 자체를 이해하기에 가장 최적화된, 더 나아가 과거 모터사이클의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정통 클래식 기종이 뷸릿 500이다. 향후 새롭게 개편될 로얄엔필드의 단기통 라인업에서도 뷸릿의 이름을 다시 만나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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